만약 인류의 역사를 민주주의 확대의 과정이라고 본다면, '좌파'는 역사적으로 볼 때 분명 민주주의 발전의 동력으로 기능하여 왔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좌파'와 '민주주의'를 등가관계로 놓을 수는 없다. '민주주의'란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 또는 그러한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을 말하며, 기본적 인권, 자유권, 평등권, 다수결의 원리, 법치주의 따위를 그 기본 원리로 한다. 민주주의는 현재적인 개념이다. 민주주의에서는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이 중요하다. 따라서 오늘의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좌파'의 범주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민주주의는 변화와 발전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존중한다.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좌파'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수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좌파'는 다수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좌파'가 다수였던 사회는 드물다. 그렇다고 해서 '우파'가 다수였던 사회도 많지 않다. 사실 확고한 정치적 이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보다는 그때 그때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따라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나는 '좌파'다, '우파'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소수일 뿐이다. 물론 그들의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간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이념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다수의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것이 현실 정치이다. 사회의 헤게모니를 잡는 것, 그것이 바로 현실 정치의 최종 목표이다.
지난 10년 소위 '좌파' 정권이 우리 나라를 통치하였다. 1987년 민주화, 그리고 1997년 IMF 사태를 겪으며 대한민국의 민중은 좌파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지금 민중은 다시 우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지난 10년 간의 삶이 그들에게 이로웠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민중의 모습이다. 민중은 현실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이다. 지난 10년 좌파 정권의 실패는 이러한 현실로부터 괴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괴리는 아마도 현실을 잘 몰랐거나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발생하였다. 정치력을 가진 소수는 다수를 쉼 없이 설득하여야 한다. 그들이 자신들에게 등을 돌리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설득하여야 한다. 여기서 그들의 정치적 힘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고 민중에게 접근하느냐에 달려있다.
설득은 단순히 민중이 바라는 대로 따른다고 해서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민중의 원하는 대로 따라서는 이도저도 안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민중은 단일한 집단이 아닐 뿐더러 그들에게 지금 이 순간, 이 자리가 중요할 따름이기 때문이다. 정치가는 오늘의 민중뿐만 아니라 내일의 민중도 고려하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중을 자신들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끌 줄도 알아야 한다. 정치가는 오늘은 물론이고 내일을 예측할 줄 알아야 하며, 민중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 지를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좌파'는 오늘을 어떻게 보며 '내일'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을까? 그리고 민중을 설득하기 위해 어떠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을 수 있을까? 민중은 하루가 다르게 똑똑해져 가고 있다. 쉽게 설득당하지도 않으며 정치가에게 끊임없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가가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지만 사회를 주도해 나가며 역사에 자신을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선택받은 소수가 되기 위해서 그 정도의 수고와 고생 역시 당연한 것은 아닐까.
나의 한 표가 고민하는 정치가를 기다리고 있다!!!